정부가 만든 AI 데이터, 이제 한 창구에서 찾는다 — AI허브와 원-윈도우
AI 법을 만들고 예산을 세우는 일 다음에는 무엇이 와야 할까요. 모델이 배울 데이터입니다. 아무리 좋은 규칙과 넉넉한 예산이 있어도, 정작 학습에 쓸 고품질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인공지능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월 13일, 정부가 그 다음 조각을 꺼내 들었습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른바 AI기본법 개정안과 데이터산업법 개정안이 같은 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입니다.
먼저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국무회의 통과는 정부가 법안을 확정했다는 뜻이지, 법이 이미 바뀐 것은 아닙니다. 국회 제출과 심의, 통과와 공포라는 절차가 아직 남아 있고, 정부가 밝힌 시행 시점도 공포 후 6개월 뒤인 2027년 4월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개정안의 내용을 확정된 제도가 아니라, 정부가 가려는 방향으로 읽어 보려 합니다.
AI기본법 개정안의 핵심은 '모으는 일'입니다. 정부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를 'AI허브'에 연계하고 제공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AI허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부터 운영해 온 학습용 데이터 구축·개방 플랫폼입니다. 정부 돈으로 만든 데이터라면, 만든 기관 안에만 잠들어 있지 말고 한곳에 모아 필요한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과기정통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 사업을 통해 구축된 학습용 데이터 945종이 개방돼 있고, 올해 구축 중인 10종까지 더하면 누적 955종에 이릅니다. 문제는 양보다 접근이었습니다.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내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실제로 찾아내 쓰는 것은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그 간극을 제도로 메우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물론 모든 데이터를 무조건 모으자는 것은 아닙니다. 개정안에는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하거나, 개인정보와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국가 안전보장에 관련된 경우처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면 연계와 제공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또 관계 기관장이 연계에 필요한 행정·재정·기술 지원을 하고 품질 관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일만큼이나, 모은 데이터를 믿고 쓸 수 있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법안에 같이 적은 셈입니다.
데이터산업법 개정안은 '찾는 일'을 맡습니다.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 플랫폼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 소재 정보를 통합해서 보여 주는 '원-윈도우'의 연계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기정통부 장관이 공공기관과 민간법인에 데이터 소재 정보의 연계를 요청할 수 있고, 공공기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과 기술·재정 지원의 근거가 담겼습니다.
원-윈도우에는 현재 공공과 민간 플랫폼 88개가 연계돼 있습니다. 2026년 8월 기준으로 공공 73개, 민간 15개입니다. 공공데이터포털이나 금융 빅데이터 플랫폼 같은 이름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창구가 하나로 묶이면, 데이터를 찾는 사람은 플랫폼마다 따로 들어가 뒤지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데이터 탐색에 드는 시간은 생각보다 큽니다. 어떤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 개발 속도가 달라집니다.
이 두 개정안을 나란히 놓고 보면 그림이 또렷해집니다. AI허브가 학습 데이터를 모으는 그릇이라면, 원-윈도우는 그 그릇들을 한눈에 찾게 해 주는 지도입니다. 모으는 일과 찾는 일을 각각 다른 법으로 다듬어, '정부가 만든 데이터는 모이고, 필요한 사람은 찾는다'는 흐름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앞서 이 블로그에서 다룬 규제의 시계와 예산의 이야기에 이어, 이번에는 연료인 데이터의 순서가 온 셈입니다.
정부의 설명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과기정통부는 고품질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과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찾는 기반을 갖추는 일이 인공지능 경쟁력의 조건이라는 취지로 이번 개정안을 설명했습니다. 모델 성능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질수록, 결국 차이를 만드는 것은 누가 더 좋은 데이터를 더 빨리 찾아 쓰느냐는 문제가 되기 쉽습니다. 법과 예산이 무대라면, 데이터는 그 무대 위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연료에 가깝습니다.
다만 남은 길은 짧지 않습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고, 하위 법령을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따라 실제 현장의 모습도 달라집니다. 예외 사유를 얼마나 넓게 잡을지, 품질 관리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할지도 앞으로 지켜볼 대목입니다. 그래서 이 개정안을 읽는 가장 정확한 태도는, '확정된 변화'가 아니라 '정부가 데이터 인프라 쪽으로 방향을 분명히 틀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만날 때는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국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는지, 시행 준비 과정에서 AI허브와 원-윈도우의 연계 범위가 실제로 얼마나 넓어지는지, 그리고 모인 데이터를 민간이 써 본 사례가 나오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종이 위의 개정안은 비로소 현장의 변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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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정책브리핑 전재, 2026년 10월 13일, AI허브 개방 데이터 수치는 지난해 말 기준, 원-윈도우 연계 플랫폼 수치는 2026년 8월 기준), 테크월드 보도(2026년 10월 13일). 두 개정안 모두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안 단계로, 국회 심의와 공포가 남아 있으며 시행 시점(2027년 4월)은 정부의 예정 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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