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인 줄 알았던 자석, 세 번째가 확인됐다 — SLAC의 알터자석
냉장고에 붙은 자석, 나침반을 돌리는 자석. 우리에게 자석은 눈에 보이는 힘을 가진 물건이다. 그런데 물리학자들에게 자성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전자의 스핀이라는, 위쪽 아니면 아래쪽을 가리키는 작은 성질이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리돼 있느냐가 자성의 본질이다. 수십 년 동안 교과서는 자성을 두 종류로만 설명했다. 이제 세 번째 종류가 있다는 결정적인 실험 증거가 나왔다.
미국 에너지부 SLAC 국립가속기연구소가 이끈 연구팀이 2026년 10월 2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결과를 발표했다. 유럽 싱크로트론 ESRF와 함께한 이 연구는 망간 텔루라이드(MnTe)라는 물질에서 '알터자석'이라는 세 번째 자성 단계를 직접 확인했다. 수십 년 동안 반강자성체로 분류돼 온 물질이 사실은 세 번째 자성이었다는 얘기다.
자성이 두 종류만 있다고 믿어 온 역사는 193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자성은 모든 전자의 스핀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상태다. 스핀이 한 방향으로 모이면 눈에 보이는 자기장이 생긴다. 냉장고 자석이 그렇다. 반강자성은 스핀이 위쪽과 아래쪽을 번갈아 가리키는 상태다. 서로 상쇄돼 순자기장은 0이 된다. 겉으로는 자석 같지 않지만, 스핀은 분명히 정리돼 있다. 이 두 갈래 체계가 90년 가까이 자성에 대한 이해를 지배해 왔다.
알터자석은 이 두 갈래 사이에 끼어든다. 스핀 배열은 반강자성체와 똑같이 위쪽과 아래쪽이 번갈아 나타난다. 그런데 결정 격자의 모양이 다르다. 위쪽 스핀을 둘러싼 격자가 아래쪽 스핀을 둘러싼 격자에 대해 살짝 회전해 있다. 이 기하학적 뒤틀림이 대칭을 깨뜨리고, 그 덕분에 스핀 전류를 만들 수 있다. 2022년 연구자들이 이 부류에 '알터자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름은 있었지만, 실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직 없었다.
그 증거를 찾는 열쇠는 '카이랄리티'였다. 카이랄리티는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상과 겹쳐지지 않는 비대칭 성질을 뜻한다. 나선 계단이나 나사 같은 모양이다. 알터자석이라면 격자의 뒤틀림 때문에 스핀 구조에도 이런 손잡이가 있어야 하고, 일반 반강자성체에는 없어야 한다.
이 검사가 결정적인 이유는 스핀 배열만으로는 두 물질을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위쪽과 아래쪽이 번갈아 나타나는 모습은 반강자성체와 알터자석이 똑같이 보인다.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장도 둘 다 0이다. 그런데 손잡이는 다르다. 격자의 뒤틀림이 전자 구조와 자기 구조에 왼손잡이 또는 오른손잡이의 방향성을 새기기 때문이다. 일반 반강자성체에는 이 방향성이 없다. 그래서 카이랄 신호가 나타나면, 그 물질은 반강자성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연구팀이 노린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연구팀은 MnTe를 프랑스 ESRF의 ID32 빔라인으로 가져갔다. 이곳은 편광을 정밀하게 조절한 X선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왼손잡이 원형 편광 X선과 오른손잡이 원형 편광 X선을 번갈아 쬐어 산란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했다. 카이랄 물질은 두 편광에 다르게 반응하고, 카이랄이 아닌 물질은 똑같이 반응한다. 결과는 분명했다. 일반 반강자성체에는 있어서는 안 될 뚜렷한 카이랄 신호가 나타났다.
첫 실험은 2024년에 끝났고, 연구팀은 2025년 초에 실험을 반복해 같은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제1저자인 다니엘 요스트 SLAC 연구원은 "우리의 결과는 이 세 번째 단계, 알터자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강력한 실험적 확인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ESRF의 레이철 니켈 연구원은 "알터자석은 불과 몇 년 전에 제안됐을 뿐인데, 이 모델들이 이렇게 빨리 확인되는 것은 놀랍다"고 했다. 니켈 연구원은 ID32 빔라인에서 이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한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한 번의 측정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반복한 측정이라는 점이 이 확인을 단단하게 만든다.
왜 이 발견이 주목받는지 알려면 스핀트로닉스라는 분야를 봐야 한다. 지금의 컴퓨터는 전자의 전하만 써서 정보를 저장하고 옮긴다. 스핀트로닉스는 스핀도 함께 쓴다. 전하와 스핀, 두 가지 손잡이를 쓰면 더 빠르고 튼튼하며 전력을 훨씬 적게 쓰는 소자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자성체가 각각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강자성은 외부 자기장에 쉽게 흔들린다. 요스트 연구원은 "주머니에 영구 자석을 넣고 강자성체로 만든 스핀트로닉스 소자 옆을 지나가면 비트가 뒤집혀 저장된 정보가 엉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강자성은 안정적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저장된 데이터를 읽어내거나 스핀 전류를 효율적으로 쓰기 어렵다.
알터자석은 두 쪽의 장점을 합친다. 순자화는 0이라 외부 자기장에 잘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스핀 편광 전류를 만들 수 있다. 요스트 연구원의 말이다. "알터자석은 둘의 장점을 합친다." 연구팀은 양자 기술과 메모리 소자, AI 데이터센터 같은 응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요스트 연구원은 이 점을 "여분의 자유도"라고 표현했다. 전하만 쓰는 지금의 방식에 스핀이라는 손잡이 하나가 더해지는 셈이다. 손잡이가 하나 더 생기면 소자를 설계할 때 쓸 수 있는 방법도 하나 더 생긴다. 전하로만 정보를 다루던 설계에 스핀이라는 축이 더해지면, 같은 일을 더 적은 전력으로 하거나,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라는 전제가 붙지만, 가능성을 재는 잣대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세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알터자석의 자리가 보인다. 강자성은 스핀이 한 방향으로 모여 자기장을 드러내니 읽기가 쉽지만, 외부 자기장에 흔들린다. 반강자성은 스핀이 상쇄돼 안정적이지만, 드러나는 것이 없어 읽기가 어렵다. 알터자석은 스핀 배열은 반강자성체와 같으면서도 격자의 뒤틀림 덕분에 스핀 전류를 만든다. 안정성과 가독성, 두 가지를 함께 가진다는 점이 이 물질이 주목받는 이유다. 연구팀도 이 발견이 스핀트로닉스 분야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분명히 해 둘 것이 있다. 이번 결과는 물질 물리학의 발견이지, 완성된 소자나 메모리 칩이 아니다. 상용 일정은 제시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연구는 빛과 전기로 알터자석 상태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제 메모리와 데이터센터가 바뀐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가능성이라는 말의 무게를 정확히 재는 것이 이 글의 몫이다.
앞으로 볼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MnTe 말고 또 어떤 물질이 알터자석인지 찾아내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찾은 물질의 상태를 빛과 전기로 다루는 일이다. 연구팀은 앞으로의 연구가 알터자석 상태를 빛과 전기로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밝혔다. 상태가 조절돼야 소자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물질 목록을 채우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단계다. MnTe 하나가 확인됐다고 해서 알터자석의 지도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가 지도에 남은 빈칸을 채우는 일이다. 이 단계가 지나야 응용 이야기가 구체적인 모양을 갖춘다.
그럼에도 이 발견이 남기는 것은 적지 않다. 첫째, 90년 가까이 이어진 두 갈래 분류에 세 번째 갈래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기존 물리학을 뒤집는 얘기가 아니라, 자성의 지도가 한 칸 넓어졌다는 얘기다. 둘째, MnTe처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물질이 사실은 다른 정체였다는 점이다. MnTe가 알터자석일지 모른다는 의심 자체가 생긴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이미 알려진 물질 가운데 알터자석 후보가 더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연구는 빛과 전기로 알터자석 상태를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물질을 찾아내는 일과, 찾은 물질의 성질을 다루는 일이 함께 이어지는 셈이다. 연구팀에는 SLAC와 ESRF를 비롯해 스탠퍼드대, 스탠퍼드 PULSE 연구소, 노트르담대, 바이에른 과학인문아카데미, 뮌헨공대가 참여했고, 미국 에너지부 과학국이 일부를 지원했다.
자석은 두 종류라는 상식은 오래된 것이었다. 그 상식이 틀린 것이 아니라, 좁았던 것이다. 상식이 좁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은 과학이 가장 잘하는 일 가운데 하나다. 세 번째 자성이 확인된 지금, 다음 질문은 단순해졌다. 알터자석은 또 어디에 숨어 있을까, 그리고 그 성질을 우리가 다룰 수 있을까.
대조 노트: 이 글의 핵심 내용(2026년 10월 29일 사이언스 발표, SLAC 주도와 ESRF 공동 연구, MnTe가 알터자석이라는 확인, 카이랄 신호 검출, ID32 빔라인에서 원형 편광 X선 사용, 2024년 첫 실험과 2025년 초 반복 확인, 1933년 반강자성 발견, 2022년 알터자석 용어 제안, 90년 가까이 이어진 두 갈래 체계, 요스트와 니켈의 인용, 니켈이 ID32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한 공동 저자라는 점, MnTe가 알터자석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라는 점, "여분의 자유도"라는 요스트의 표현, 스핀트로닉스 응용 가능성, 상용 일정 없음, 빛과 전기로 상태 조절을 찾는 향후 연구, 참여 기관과 미국 에너지부 과학국 지원)은 2026년 11월 6일 ESRF 공식 보도 원문에서 직접 대조했습니다. Science 논문 본문은 직접 열지 못했습니다. 논문명 'Chiral altermagnon in MnTe', 제1저자 D. Jost, 발표일 2026년 10월 29일, DOI 10.1126/science.adv3196은 ESRF 보도 말미의 Reference로 확인했습니다. 본문에는 논문 본문을 직접 인용한 내용이 없습니다. MnTe의 결정 구조나 카이랄 신호의 세기 같은 정량 수치는 ESRF 보도에 제시되지 않아 본문에 넣지 않았습니다.
데이터 출처: ESRF 공식 보도, 'Researchers find proof of altermagnetism, a new magnetic phase', 2026년 10월 29일, https://www.esrf.fr/home/news/general/content-news/general/researchers-find-proof-of-altermagnetism-a-new-magnetic-phase.html · D. Jost et al., 'Chiral altermagnon in MnTe', Science, 2026년 10월 29일, DOI 10.1126/science.adv3196,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v31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