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약관은 11월 20일로 미뤄졌는데, robots.txt 얘기는 그대로다
지난 글에서는 여러 회사가 자발적으로 따르는 공유 신호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 글에 없던 회사가 하나 있다. 메타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회사다. 지난 글에서 다룬 신호와는 다른 방식으로, 메타는 약관이라는 문서를 통해 콘텐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약관의 시행일이 미뤄졌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사업 계정을 대상으로 한 개정 약관의 시행일을 10월 30일에서 11월 20일로 미뤘다. 대상이 되는 문서는 두 가지다. Commercial Terms와 Self-Serve Ad Terms다. 개인이 일상을 올리는 계정에 적용되는 약관이 아니라, 사업을 위해 메타 제품을 쓰는 계정에 적용되는 약관이다. 광고를 집행하거나, 페이지를 관리하거나, Ads Manager를 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미뤄진 것은 날짜뿐이다. 문구 자체는 그대로다. 메타 대변인은 로이터에 보낸 이메일에서 시행일을 11월 20일로 미루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파트너와 이해관계자에게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을 설명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10월 23일 기준으로 메타가 날짜 외에 문구를 바꾼 흔적은 보도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논란이 된 조항은 사업과 연결된 웹사이트에 관한 내용이다. 메타가 자동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그 웹사이트들을 수집하고, 테스트 자격 증명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다. 출판사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페이지 하나를 운영하거나 광고를 집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웹사이트 전체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어떤 출판사 단체는 이 약관이 메타에 콘텐츠를 AI 서비스에 쓸 수 있는 무제한 권리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표현은 출판사 측의 주장이다.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또 하나 짚을 점은 동의 방식이다. 이 약관은 서명을 받는 방식이 아니다. 메타로부터 통지를 받은 뒤에도 사업용으로 계속 이용하면 새 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구조다. 그래서 시행일이 중요한 것이다. 날짜가 미뤄졌다는 말은 곧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시점이 미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약관을 읽지 않고 넘기면, 계속 이용하는 행위 자체가 동의가 될 수 있다.
메타의 반론도 함께 들어야 한다. 메타는 크롤링 조항이 광고와 사업 제품에만 적용되며, 크롤러를 쓰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이번 변경이 뉴스 사이트를 긁어가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표시한 선호를 무시할 새로운 권리를 주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실제로 조항 문면에는 학습이라는 말이 직접 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메타가 콘텐츠를 학습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항에 없는 말을 조항에 있는 것처럼 읽으면 안 된다.
그런데도 의문이 남는 지점이 있다. 조항에 쓰인 말 가운데 개발이라는 말이 넓게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변호사나 법학자 가운데는 이 말이 학습까지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조항이 직접 밝힌 내용이 아니라 해석이다. 해석과 조항 문면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문면에 없는 가능성을 두고 다투는 중이라는 점이 지금 상황의 본질에 가깝다.
여기서 지난 글과 이어지는 지점이 나온다. 메타 대변인은 웹사이트 소유자가 robots.txt로 선호를 신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약관 조항 본문에는 robots.txt가 언급돼 있지 않다. 지난 글에서 다룬 공유 신호와 구조가 닮았다. 신호를 보낼 수 있는 길은 열려 있지만, 그것이 계약 문면의 약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신호는 업체가 따를 때만 의미가 있다. 메타 약관은 11월 20일로 미뤄졌는데, robots.txt 얘기는 그대로다. 날짜는 바뀌었고, 신호 얘기는 제자리다.
규제 당국의 반응도 갈렸다. EU 집행위는 연기를 환영했다. 그러면서 메타가 EU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디지털시장법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업 조건을 요구한다. 다만 집행위가 메타 약관에 대해 정식 절차를 열었다는 확인은 아직 없다. 민원을 통상 절차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논의가 조사로 넘어갔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10월 21일 메타와 만나 추가 정보를 요구했고, 10월 23일에는 긴급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10월 30일에는 정식 조사를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메타가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출판사와 광고주에 불공정한 거래 조건을 부과했는지이다.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용 여부와 방식에 대해 선택권 없이 콘텐츠를 수집당하고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 조사 당국의 문제의식이다. 아직 위반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1차 증거 수집은 2027년 1월까지 이어진다고 보도됐다.
미국에서도 목소리가 나왔다.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은 10월 23일 우려 서한을 냈다. 메타가 약관에서 AI 학습 언급을 지웠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다. 개정된 문언이 사업 계정과 연결된 외부 웹사이트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수집한 콘텐츠로 사업 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당국의 정식 절차 개시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제 11월 20일이라는 날짜의 성격을 다시 봐야 한다. 10월 28일 메타는 업계 협의가 11월 20일을 넘길 수 있고, 그 경우 시행을 더 미룬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기존 약관이 유지된다. 그러니까 11월 20일은 확정된 시행일이 아니라 다음 기한에 가깝다. 날짜가 다가온다고 해서 자동으로 새 약관이 적용되는 그림이 아니다. 협의가 길어지면 날짜도 함께 밀릴 수 있다.
출판사 단체들은 이 연기를 반기지 않았다. 유럽출판인협회는 10월 29일 업데이트에서 실질적으로 바뀐 것이 거의 없다고 했다. 11월 20일 전에 임시 조치를 요청했고, 임시 조치가 어려우면 집행위가 메타로부터 시행 연기 확약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날짜가 미뤄졌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설명할 시간이 생겼을 뿐, 문구는 그대로라는 지적이다.
세계신문협회도 같은 방향에서 한 가지를 더 요구했다. 뉴스 출판사에 대해서는 크롤링 조항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robots.txt를 약관 안에서 구속력 있게 명시하라는 것이다. 대변인 발언으로 robots.txt를 언급하는 수준이 아니라, 계약 문면 안에 넣으라는 요구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robots.txt 얘기는 발언에서 약속으로 바뀐다. 지금은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이 글을 읽는 독자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약관은 사업용 계정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 계정으로만 메타 제품을 쓰는 사람은 직접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자기 계정이 사업용인지, 광고를 집행하거나 페이지를 운영하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계정 종류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약관 문면에는 크리에이터나 프로 계정에 대한 언급이 직접 없어서, 자기 계정이 사업용에 해당하는지는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앞으로 무엇을 보면 될까.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첫째, 11월 20일 전에 약관 문구가 실제로 바뀌는지. 둘째, 영국 경쟁시장청의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셋째, 메타의 업계 협의가 어떤 결론으로 이어지는지. 이 글은 robots.txt를 바꾸자는 얘기가 아니다. 약관을 읽고, 날짜와 문구의 차이를 구분하자는 얘기다. 신호를 보내는 일과 계약 문면을 바꾸는 일은 다른 일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메타 약관은 11월 20일로 미뤄졌다. 그런데 미뤄진 것은 날짜뿐이고, 문구는 그대로다. 출판사는 문구가 문제라고 하고, 메타는 설명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한다. 규제 당국은 논의에서 조사로 움직이고 있다. robots.txt 얘기는 그대로지만, 그 얘기가 계약 문면 안에 들어갈 때 비로소 의미가 달라진다. 11월 20일은 끝이 아니라 다음 기한이다.
데이터 출처: 로이터 2026년 10월 23일 보도(메타 대변인 이메일 인용, 시행 연기)와 2026년 10월 30일 보도(영국 경쟁시장청 조사 착수), Search Engine Journal 2026년 10월 26일 보도, 유럽출판인협회 2026년 10월 29일 업데이트, 메타 약관 미리보기 페이지를 직접 검사한 복수 보도. 한계: 메타 약관 원문 페이지는 직접 열람이 막혀 원문 대조를 하지 못했다. 원문 내용은 미리보기 페이지를 검사한 보도를 통해 간접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