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지상에 옮기는 법: 핵융합 발전은 어디까지 왔나

지난달 글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을 다뤘다. 빅테크가 원전을 사고 소형모듈원전(SMR)에 베팅하지만, 대부분 2030년대 이야기라는 게 결론이었다. 그 다음 주자로 자주 이름이 오르는 게 핵융합이다. 태양이 빛나는 원리를 지상에서 재현해 바닷물에서 얻는 연료로 사실상 무한한 전기를 만들어보겠다는 발상이다. '꿈의 에너지'라는 말은 70년째지만, 2026년의 풍경은 예전과 다르다. 돈이 몰리고, 날짜가 적힌 약속들이 생겼다. 민간 핵융합 투자는 최근 12개월에만 44억 8천만 달러, 누적으로는 142억 4천만 달러가 몰렸다. 종사자는 1만 6천 명이다(핵융합산업협회, 2026년 7월 집계).

이번엔 뭐가 다른지,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약속인지 따져보자.

1. 점화는 이제 반복된다

핵융합 뉴스의 출발점은 미국 로렌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의 NIF다. 2022년 12월 5일, 레이저 2.05MJ를 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었다. 인류 최초의 '점화'였다. 그 뒤 점화는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기록이 됐다. 2023년 7월 3.88MJ, 2024년 11월 4.1MJ, 2025년 2월 5.0MJ, 그리고 2025년 4월 7일 8.6MJ. 투입 대비 출력 비율(이득) 4.13의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합성 다이아몬드 캡슐에 텅스텐을 도핑한 표적 설계가 돌파구였다. 2026년 6월에도 7.9MJ를 기록했다. 연구소 공식 타임라인 기준 점화는 총 11회다.

다만 여기서 잠깐 냉정해져 보자. 이 Q값은 '표적 이득'이다. 레이저 한 발을 쏘기 위해 전력망에서 끌어 쓴 전기는 300MJ에서 400MJ에 이른다. 발전용으로는 이득이 100 정도는 돼야 한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NIF 자체가 애초에 핵무기 비축 관리를 위해 설계된 단발 실험 장치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점화의 반복은 물리학의 승리이지, 발전소의 완공이 아니다. 2026년 3월 미국 에너지부는 NIF의 레이저 성능 향상 계획을 승인했다. 핵비축 현대화가 목적이지만, 점화 연구가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2. 1억 도의 시간을 늘리는 경쟁

핵융합의 또 다른 길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토카막이다. 여기서의 승부는 '얼마나 뜨겁게'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다.

한국의 KSTAR는 2024년 4월 발표 기준으로 1억 도의 플라즈마를 48초간 유지했다. 고성능 운전 모드(H-mode)로는 102초를 기록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의 목표는 2026년 말까지 1억 도 300초 달성이다. 연구진은 300초를 기술 확장성의 '임계점'으로 본다. 다만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이어진 캠페인 결과는 아직 공식 발표가 없다.

중국의 EAST는 2025년 1월 고구속 플라즈마 1,066초 유지라는 세계기록을 세웠다. 2026년 1월에는 토카막의 오랜 한계였던 '그린왈드 밀도 한계'를 돌파했다. 한계의 1.3배에서 1.65배 밀도에서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으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다만 "1,066초 동안 1억 도를 유지했다"는 식의 표현은 과장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구속 플라즈마를 오래 유지했다는 기록이다.

일본과 유럽이 함께 짓는 JT-60SA는 2026년 2월 말 통합 시운전을 재개했고, 연말부터 약 6개월의 새 실험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ITER. 프랑스에 짓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는 2024년 7월 수정된 일정에 따라 2034년 연구운전 개시, 2039년 중수소-삼중수소 운전이 목표다. 추가 비용 약 50억 유로가 발생했다. 2026년 7월에는 진공용기 섹터 9개 중 6번째 설치를 마쳤다. 일정보다 약 6개월 빠르다. 목표는 투입 50MW로 출력 500MW를 뽑아내는 것, 다시 말해 Q 10 이상이다. ITER의 지연사는 핵융합이 왜 '항상 30년 뒤'라는 농담을 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3. 돈이 몰리는 민간 7사, 그러나 Q 1은 아직 아무도

진짜 달라진 풍경은 민간에 있다. 주요 7개 기업의 누적 투자를 합치면 80억 달러에 가깝다. 그런데 이 한 줄을 먼저 마음에 새겨두자. 7개 기업 모두 순에너지 생산(Q 1 초과)을 달성하지 못했다.

가장 큰 곳은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CFS)다. 누적 투자 40억 달러. 매사추세츠 데븐스에 짓는 실증로 SPARC는 2026년 7월 기준 조립이 80%쯤 진행됐다. 목표는 2027년 첫 플라즈마와 Q 1 초과다. 상용로 ARC(400MW급)는 버지니아에 들어서며, 구글과 200MW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에니와는 1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2025년 9월 발표했다. 국내 건설사와의 협력도 2026년 9월 발표됐다.

헬리온에너지는 가장 야심 차고 가장 논란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와 2023년 5월 세계 최초의 핵융합 전력구매계약을 맺었다. 2028년까지 50MW 이상을 공급하고, 못 지키면 위약금을 문다는 조건이다. 2026년 2월에는 플라즈마 온도 1억 5,000만 도를 발표했다. 다만 이건 상용 연료(중수소-헬륨3)가 아닌 중수소-삼중수소 기준이고, Q값은 공개하지 않았다. 피어리뷰를 거친 검증도 없다. 과학계 일각에서는 2028년 공급 약속을 두고 'SF 수준'이라는 평도 나온다.

TAE테크놀로지스는 가장 어려운 연료에 도전한다. 수소-붕소(p-B11) 반응은 중성자를 거의 내지 않는 대신, 필요한 온도가 극도로 높다. 누적 투자 13억 달러 이상. 2026년 9월에는 구글이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에 처음으로 현금 투자자로 참여했다. 같은 달 트럼프미디어와의 합병 계약도 SEC에 제출됐다. 기업가치 60억 달러 이상이다.

제너럴퓨전(캐나다)은 2025년 3월 첫 플라즈마에 성공한 LM26 장치로 2026년 6월 전자 온도 약 840만 도를 달성했다. 2026년 7월에는 나스닥에 상장했다. "로슨 기준의 70%를 달성했다"는 식의 보도가 있었는데, 정확히는 첫 단계 목표(1 keV)의 72% 지점이다. 과장된 수치 읽기는 조심해야 한다.

토카막에너지(영국)는 민간 기업 중 유일하게 피어리뷰 논문을 가진 곳이다. 2022년 3월 소형 토카막 ST40으로 플라즈마 이온 온도 1억 도를 돌파했다. 물론 온도 기록일 뿐, Q 1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잽에너지와 퍼스트라이트는 엇갈린다. 잽에너지는 2026년 4월 핵분열 사업 진출을 밝혔다. 핵융합 일변도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퍼스트라이트는 2025년 3월 발전소 개발을 포기하고 기술 라이선싱으로 전환했다.

4. AI가 핵융합에 돈을 대는 이유, 그리고 한계

빅테크가 핵융합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기가 부족해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30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950TWh로 2025년의 2배가 될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 108GW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래서 실제로 체결된 핵융합 전력구매계약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헬리온(2028년 목표), 구글-CFS(2030년대 초), 에니-CFS. 3곳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도된 핵융합 전기는 1kWh도 없다. 아마존, 메타 등이 맺은 원전 계약들(Oklo, X-energy 등)은 전부 핵분열이니 따로 봐야 한다.

개인 차원의 베팅도 있다. 샘 올트먼은 헬리온에 3억 7,500만 달러를 넣었고, 제프 베이조스는 제너럴퓨전에, 빌 게이츠는 CFS에 투자했다. 구글은 TAE에 직접 현금을 넣었다. AI 시대의 전력난이 핵융합이라는 먼 미래 기술의 현재 가치를 밀어 올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수요 전망이 탄탄한 것과 '핵융합이 해법'이라는 주장은 별개다. 후자는 아직 입증된 적이 없다. 프린스턴 플라즈마물리연구소 소장은 2030년대 후반의 파일럿 발전소는 가능하지만 상용 제품은 아니라며, 완전한 상용화는 그보다 한참 뒤의 일로 봤다.

5. 한국은 어디에 있나

한국의 위치는 생각보다 좋다. KSTAR의 1억 도 48초는 여전히 세계적인 기록이고, 텅스텐 다이버터 교체(2023년 12월 완료)로 장시간 운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부는 2026년 8월 7대 대형 연구개발 과제에 핵융합을 올렸다. 2035년 한국형 혁신 핵융합로 건설, 2030년대 말 전력 생산, 2040년대 상용 전력 공급이 목표다. 전남 나주의 인공태양 연구시설에는 국비 1조 2,000억 원이 들어간다. ITER 사업 수주는 2025년까지 누적 1조 173억 원을 기록했다. 2026년 9월 런던에서 열린 글로벌 핵융합 정책 서밋에는 과기정통부 1차관이 참석했다.

민간도 움직인다. 인애이블퓨전은 2026년 9월 45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탈리아 핵융합 장치 DTT의 진공용기를 약 450억 원에 수주해 국내 최초의 핵융합 기술수출 기록도 세웠다.

목표는 목표일 뿐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자. 정부의 로드맵이 실증으로 뒷받침되려면 KSTAR의 300초 달성부터 먼저 확인돼야 한다.

6. 경제성: 아직 팔린 전기는 0kWh

가장 차가운 숫자다. 상용 핵융합 발전으로 판매된 전력은 단 1kWh도 없다. 실증된 발전 단가는 아직 없다. 있는 건 전망치뿐이고, 그 간극이 크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ARPA-E는 2022년 핵융합 발전 단가를 MWh당 약 43달러로 내다봤다. 반면 독립 연구들은 140달러에서 550달러 사이로 본다. 한 학술 논문은 "전문가들의 기대가 과도하게 낙관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으로 삼으면, 미국 신규 핵분열은 약 71달러, 태양광은 약 38달러다.

숨은 변수도 있다.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3년이라 자연 상태로 비축할 수 없고, 리튬에서 뽑아내는 '브리딩' 기술은 아직 실험실 수준이다. 연료 조달부터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마무리: 약속과 증명 사이

'핵융합은 항상 30년 뒤'라는 농담이 있었다. 2026년의 차이는 날짜가 적힌 약속들이 생겼다는 점이다. 2027년 SPARC의 첫 플라즈마, 2028년 헬리온의 마이크로소프트 전력 공급, 2030년대의 ARC와 한국형 핵융합로. 그러나 약속은 약속일 뿐이다. 앞으로의 체크포인트는 명확하다. SPARC가 Q 1을 넘는가. 헬리온이 2028년에 전기를 인도하는가. KSTAR가 300초를 찍는가.

지난달 글의 마지막 문장을 다시 가져온다. AI 시대의 지정학은 이제 발전소 지도 위에 그려지고 있다. 그 지도에 핵융합이 올라갈지, 2030년대가 답할 것이다.

데이터 출처: LLNL NIF(2026.6),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ITER(2026.7), 핵융합산업협회(2026.7), IEA(2026.4), 골드만삭스(2026.9), 과기정통부(2026.2), ARPA-E(2022), 기업 발표·보도 수치는 발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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