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가 18개월 안에 온다고 말한 사람은 연구소 밖에 있었다

연구소 밖에서 나온 가장 짧은 시계

AGI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은 보통 AI 연구소를 이끄는 사람들의 몫이었습니다. 샘 올트먼, 다리오 아모데이 같은 이름들이 몇 년 단위의 일정을 내놓을 때마다 뉴스가 됐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다른 자리에서, 지금까지 나온 것 중에서도 가장 짧은 일정이 나왔습니다.

9월 30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Ford Pro Accelerate 행사. 통신사 버라이즌의 CEO 댄 슐먼은 Fortune과의 무대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형태의 AGI가 앞으로 6개월에서 18개월 안에 온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눈앞에 와 있습니다."

슐먼은 AI를 만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미국 최대급 통신망을 운영하고, 수만 명의 현장 인력을 고용하는 회사의 경영자입니다. 취임한 지는 이제 1년 남짓, 그 전에는 페이팔을 이끌었습니다. 그런 사람의 입에서 연구소 리더들보다도 공격적인 일정이 나왔다는 점이 이 발언을 눈여겨보게 합니다.

그가 CEO로 있는 버라이즌 같은 통신사는 AI 시대의 한가운데에 있기도 합니다. AI가 내놓는 답과 영상이 오가는 길목이 바로 통신망이고, 데이터센터와 기지국을 짓고 잇는 일도 이 업계의 몫입니다. 다시 말해 그는 기술을 파는 쪽이 아니라, 그 기술이 실제로 깔리는 땅을 가진 쪽입니다. 그런 경영자가 시간을 이만큼 당겨 말한다는 건,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뜻으로도 읽힙니다.

그가 그린 달력

슐먼의 전망은 AGI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의 달력은 대략 이렇게 이어집니다.

AGI에 도달한 뒤 2년쯤 지나면 '양자 시대'가 오고, 2030년이나 2035년쯤에는 꽤 쓸 만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겁니다. 양자 시대라는 것도 그에게는 오늘의 모든 것이 1,000배가 되는 세상이라는 비유로 설명됐습니다. 그는 "21세기가 붕괴한다"는 비유까지 썼다가, 곧 이렇게 풀어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100년에 걸쳐 이뤘을 진보가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에 일어날 것입니다."

모델이 좋아지는 속도에 대한 체감도 빠릅니다. 두 달마다 모델의 힘이 단계적으로 뛰어오르고, "오늘 우리가 보는 모델은 평생 다시 볼 일 없을 가장 나쁜 모델"이라는 것이 그의 말입니다. 앞으로 10년은 강렬한 변화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 경영자의 전망입니다. AGI라는 말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게 쓰이는 데다, 슐먼 스스로도 "어떤 형태의"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 단서가 중요합니다. 슐먼이 말하는 AGI는 영화 속 그것처럼 모든 면에서 사람과 동등한 존재라기보다,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해내는 강력한 AI 시스템에 가까운 그림으로 읽힙니다. 정의에 따라 도착 시점은 몇 년씩 달라집니다. 그래서 이 발언을 읽을 때는 숫자 자체보다, '그가 무엇을 AGI라고 부르고 있는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의 일정이 연구소 리더들의 통상적인 일정보다 앞당겨져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일정표를 공개적으로 내놓은 사람이 연구소가 아니라 인프라를 운영하는 쪽으로 넓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공포 대신 꺼낸 답, 교육

흥미로운 건 이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쯤 전에, 버라이즌이 먼저 내놓은 준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9월 23일 버라이즌은 'AI Skills for America'라는 이름의 AI 교육 프로그램을 발표했습니다. 총 7,000만 달러 규모인데, 안을 들여다보면 새로 마련한 자금 5,000만 달러에, 원래 회사를 떠나는 자사 직원의 재교육에 쓰이던 기존 기금 2,000만 달러를 더한 구성입니다.

대상은 자사 직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구직자와 경력 초기 직장인, 전직을 준비하는 근로자, 교육자, 소상공인까지 열어 뒀습니다. 하나의 포털에서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코세라, 오픈AI의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지역에서는 굿윌 같은 비영리 단체들이 코칭과 지원을 맡습니다. 버라이즌에 따르면 이런 교육을 돈 주고 받으면 한 사람당 1년에 700달러 이상이 드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전국으로 열되, 사람이 직접 돕는 지원 서비스는 일부 지역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십만 명에게 닿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슐먼은 발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최고의 AI 교육을 무료로 열어 주는 것은, 근로자가 일자리를 지키고 소상공인이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일이라는 겁니다. 전망을 말하는 자리에서만이 아니라, 회사의 돈을 쓰는 자리에서도 그의 답은 같았습니다. 속도가 빠르다면, 먼저 사람을 준비시키자는 것입니다.

슐먼의 문제의식은 분명합니다. 모든 사람의 일은 바뀔 것이고, 그렇다고 모두가 마법처럼 더 좋은 자리로 옮겨 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경영자의 책임은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지를 미리 생각하고, 가드레일과 교육과 프로그램을 갖춰 그 충격을 줄이는 데 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같은 무대, 다른 온도

같은 행사에 오른 다른 경영자들의 온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Business Chief의 보도에 따르면, 전력회사 PG&E의 CEO 패티 포프는 헬리콥터에 매달려 송전탑에 오르는 라인 작업자의 예를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그 전선을 전봇대에 연결해야 합니다."

통신 인프라 시공업체 다이컴의 CEO 댄 페요비치는 일자리가 남는 게 아니라 사람이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자사 인력 2만 1,000명으로도 모자란다는 겁니다. 공구 업체 스탠리 블랙앤데커의 CEO 크리스 넬슨은 AI 로봇을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전기공의 힘든 일을 덜어주는 '건설 현장의 동반자'로 그렸습니다.

슐먼의 시계가 아무리 빨라도, 전선은 오늘도 사람이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지금 이 논쟁의 실제 모습에 가깝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시간과 현장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 그리고 그 두 시간 사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같은 무대에 선 경영자들이 서로 다른 말로 짚은 셈입니다.

이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솔직히 말해 6개월에서 18개월이라는 일정이 실현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AGI라는 단어의 정의부터가 아직 합의가 없고, 슐먼 본인도 "어떤 형태의"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뒀습니다. 큰 무대에서 짧은 일정을 말하는 데에는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계산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통신사 입장에서 AI 트래픽이 늘어나는 세상은 곧 자사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지는 세상이기도 하니까요. 낙관이 사업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는 점은 감안하고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발언이 가벼이 넘길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연구소의 전망은 기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슐먼 같은 경영자의 전망은 그 기술이 자기 회사와 직원에게 언제 닿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일주일 먼저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실제 돈과 조직이 드는 준비를 내놓았습니다. 전망의 정확도보다, "빨리 올지도 모른다"고 믿는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준비하는지가 먼저 도착한 셈입니다.

마무리

슐먼의 전망이 맞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6개월에서 18개월이라는 숫자는 약속이 아니라 한 경영자의 베팅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기억할 만한 장면은 있습니다. AI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그 AI가 돌아갈 통신망을 깔고 매일 현장 인력을 내보내는 회사의 CEO가 "준비가 먼저"라고 말하며 교육 프로그램부터 열었다는 것. AGI 시계가 빨라질수록, 답은 기술 그 자체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게 할 것인가에 가까워지는지도 모릅니다.

슐먼의 6개월에서 18개월이라는 숫자가 다른 전망들과 얼마나 다른지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한자리에 모아 비교한 글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또렷해집니다. AGI는 언제 올까? 전문가 예측 타임라인 총정리

데이터 출처: Fortune(2026년 9월 30일, 슐먼 대담 보도), Business Chief(행사 패널 보도), Verizon 공식 보도자료 'AI Skills for America'(2026년 9월 23일). 본문에 인용된 일정과 수치는 모두 댄 슐먼 개인의 전망이며,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이 주제 더 보기: AGI 시대로 가는 길의 병목 · 양자 컴퓨터와 AGI

많이 본 글

자기소개 및 블로그 운영방향

양자 컴퓨터와 AGI

AI 발전 속도와 사회적 준비의 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