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 검은 공 9,600만 개를 띄운 진짜 이유 — 물 절약이 아니었다

사진을 처음 보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합니다. 가뭄에 시달리던 도시가 물을 아끼려고 저수지에 공을 띄웠겠지, 하고요. 검은 공이 햇빛을 가리면 물이 덜 증발할 테니까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그 예상이 빗나갑니다. 물 절약은 이 공들이 저수지에 들어간 진짜 이유가 아니었습니다.

2015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수도전력국, LADWP는 LA 저수지에 검은 공 약 9,600만 개를 띄우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저수지 넓이는 175에이커, 담아 둔 물은 약 33억 갤런, 우리 식으로 약 125억 리터에 이릅니다. 공 하나의 지름은 약 10센티미터로, 테니스공보다 조금 큰 정도였습니다.

진짜 목적은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의 질이었습니다. 저수지의 물에는 브로민화물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는데, 소독에 쓰는 염소와 만나 햇빛을 받으면 브로메이트라는 물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브로메이트는 발암이 우려돼 규제 대상이 되는 물질이라, 미국 환경보호청의 소독부산물 규칙을 지키려면 이 반응 자체를 막아야 했습니다. LADWP가 공식 설명에서 밝힌 1차 목적이 바로 이것, 햇빛을 차단해 브로메이트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숫자로 보면 그 기준은 꽤 엄격합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정한 음용수 속 브로메이트의 최대 허용치는 리터당 0.010밀리그램,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바꾸면 10ppb입니다. 건강 목표치는 아예 0으로 잡혀 있고, 기준을 넘는 물을 오랜 기간 마시면 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환경보호청의 설명입니다. 병원균을 잡으려면 소독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소독 부산물을 기준 아래로 누르지 않을 수도 없는, 수도 사업자가 매일 마주하는 딜레마가 이 작은 숫자 하나에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는 사정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수 처리가 끝난 물을 담아 두는 개방형 저수지는 원칙적으로 덮거나 추가 처리를 해야 한다는 연방 규정이 있어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저수지 자체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였습니다. LA 저수지도 예외가 아니어서, 문제는 '덮을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얼마를 들여 덮을 것인가'였습니다. 금속 지붕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방수포 같은 덮개는 견적이 치솟았습니다. 검은 공은 그 틈에서 나온, 싸고 빠른 답이었습니다.

순서를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햇빛이 닿는 물에서는 소독 과정에 쓰인 염소와 물속 브로민화물이 반응할 자리가 생기고, 그 결과로 브로메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응의 재료인 염소와 브로민화물을 없애기는 어렵지만, 반응을 일으키는 햇빛 하나만 끊어도 연쇄는 멈춥니다. 거대한 저수지의 수면 전체에서 햇빛을 끊는 일, 그것이 이 공들에게 주어진 임무였습니다.

사실 이 공들이 처음 뜬 곳은 LA 저수지가 아닙니다. 2007년 실버레이크와 아이반호 등 로스앤젤레스의 개방형 저수지들에서 평소보다 높은 브로메이트 수치가 확인됐고, 이듬해인 2008년 아이반호 저수지에 검은 공 약 40만 개가 먼저 들어갔습니다. 공항 활주로 옆 물웅덩이에 새가 모이지 않게 띄우던 버드볼을 식수 저수지에 써 보자는 제안은 LADWP 소속 생물학자 브라이언 화이트의 아이디어였다고 전해집니다. 임시 대책으로 시작된 작은 실험이 버티면서, 2015년 LA 저수지의 9,600만 개라는 풍경까지 커진 셈입니다.

공이 임시 대책이었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합니다. 브로메이트가 처음 확인된 뒤 실버레이크 저수지는 아예 가동을 멈췄고, LADWP는 그리피스 파크 인근에 1억 1,000만 갤런 규모의 지하 저수지 두 개를 새로 짓는 영구 대책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땅 위에서는 공으로 햇빛을 막아 시간을 벌고, 땅 아래에서는 열려 있는 저수지 자체를 없애는 공사가 진행된 셈입니다. 셰이드볼을 '기발한 해결책'으로만 기억하면 이 절반이 빠집니다. 공의 진짜 역할은 영구 대책이 완성될 때까지 물의 안전을 지키는 다리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공은 하필 검은색이어야 했습니다. 공의 재료는 카본블랙을 섞은 고밀도 폴리에틸렌인데, 검은색 색소가 자외선을 흡수해 빛이 물에 닿지 않게 막아 줍니다. 색이 연하면 빛이 통과해 버리니, 검은색은 장식이 아니라 기능 그 자체였던 셈입니다.

공이라는 형태를 고른 데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수지 전체를 덮는 부유식 덮개도 검토됐지만, 견적이 3억 달러를 넘었습니다. 반면 공을 띄우는 방식은 전체 약 3,450만 달러로 끝났습니다. 바람이 불면 공이 이리저리 밀려도 빈틈없이 수면을 덮고, 물이 줄거나 늘어도 공이 따라서 오르내리니 관리도 단순했습니다. 원래 공항 활주로에 새가 앉지 못하게 쓰던 '버드볼'이라는 물건을 저수지로 가져온 발상이었습니다.

투입 장면도 규모만큼이나 이례적이었습니다. 2015년 8월 마지막 투입 때는 남은 2만 개가 저수지 비탈을 굴러 내려가, 먼저 들어가 있던 9,598만 개와 합쳐졌습니다. 공 하나의 값은 36센트 수준이었고, 공이 바람에 한쪽으로 몰리지 않게 안쪽에 물을 조금 채워 넣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햇빛이 줄면 조류가 덜 자라 소독에 쓰는 염소의 양 자체를 줄일 수 있고, 새가 수면에 내려앉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점 역시 LADWP가 꼽은 부수 효과였습니다. 원래 목적인 수질 하나만 보고 시작했는데, 효과는 옆으로 번져 나간 셈입니다.

물론 증발을 줄이는 효과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LADWP는 이 공들로 연간 약 3억 갤런의 물이 덜 증발했다고 제시했습니다. 다만 신문과 방송에 널리 퍼진 '증발을 85퍼센트에서 90퍼센트까지 막았다'는 수치는 LADWP의 공식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이 있어, 여기서는 그 숫자를 사실처럼 쓰지 않겠습니다. 부수 효과는 부수 효과로만 두는 게 정확합니다.

이야기의 두 번째 반전은 몇 년 뒤에 나왔습니다. 2018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MIT, 트벤테 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공을 만드는 데 든 물, 즉 석유와 천연가스를 캐고 전력을 만들고 플라스틱을 성형하는 전 과정에 들어간 물까지 셈에 넣으면, 공들이 떠 있던 약 1년 반 동안 아낀 물보다 제조에 쓴 물이 더 많았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구팀은 아낀 물과 만든 물이 같아지는 손익분기점을 배치 약 2.5년 시점으로 추정했습니다. 매체마다 인용하는 세부 추정치는 조금씩 달라서, 여기서는 연구의 결론 문장만 전합니다.

손익분기점이라는 말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팀의 추정이 맞다면, 공들이 2.5년쯤 떠 있는 시점부터는 아낀 물이 만든 물을 따라잡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 연구는 '공을 띄운 일 자체가 잘못이었다'는 판결이라기보다, 배치 기간과 전체 과정을 함께 셈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에 가깝습니다. 짧게 쓰고 치우면 손해가 될 수 있는 기술도, 오래 제대로 쓰면 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구팀의 셈법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아낀 물의 추정치 자체에도 폭이 있습니다. 배치 기간 동안 덜 증발한 물의 양을 두고 매체마다 약 115만 세제곱미터에서 약 170만 세제곱미터까지 서로 다른 숫자를 전합니다. 어느 한 숫자를 골라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 논쟁의 핵심은 특정 숫자의 맞고 틀림이라기보다, 만드는 과정과 치우는 과정까지 셈에 넣으면 답이 달라진다는 방법론 자체에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이 공들이 실패작이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애초의 목적이 증발 억제가 아니라 수질 기준을 지키는 것이었고, 그 목적에 대해서는 훨씬 비싼 대안보다 싸게 답을 냈기 때문입니다. 물 절약이라는 잣대로만 재면 손해처럼 보이고, 수질이라는 원래 잣대로 재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평가가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기술이 환경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눈앞의 문제 하나를 빠르게 푸는 해결책도, 만드는 과정과 치우는 과정까지 넓혀서 보면 전혀 다른 셈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퍼진 설명, 이 경우에는 '가뭄에 물을 아끼려고'라는 이야기가 너무 그럴듯하면, 진짜 이유는 한참 뒤에야 알려지기도 합니다.

저수지를 가득 메운 검은 공 9,600만 개는 지금은 그 역할을 마친 과거의 풍경입니다. 하지만 질문은 현재형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도입하는 기술은, 전체 셈법으로 봐도 정말 이득일까요.

출처: LA 수도전력국(LADWP) 공식 팩트체크 설명, Nature Sustainability(2018) 연구를 전한 ScienceDaily·ScienceAlert 보도, 미국 환경보호청(EPA) 음용수 오염물질 표·40 CFR 141.64, LA Times·PBS SoCal·AP 보도 정리. 수치는 각 출처의 발표·보도 기준이며, 매체마다 다른 추정치는 본문에 단정해 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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