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걸린 거리를 5년 반 만에 — 퍼서비어런스, 지구 밖 주행 신기록


 화성에 있는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조용한 기록 하나를 갈아치웠습니다. 지난 10월 11일은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서 보낸 2,006번째 하루, 임무 용어로는 2,006솔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퍼서비어런스의 누적 주행 거리가 28.10마일, 45.22킬로미터에 닿으면서 오퍼튜니티가 남긴 28.06마일, 45.16킬로미터를 넘어섰습니다. NASA는 그다음 날인 10월 12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소식을 알렸습니다. 궤도를 도는 탐사선의 비행 거리와는 다른, 행성 표면을 바퀴로 직접 굴러간 누적 거리 기준으로는 인류가 세운 가장 긴 기록입니다.


재미있는 건 추월의 폭입니다. 두 로버를 가른 차이는 약 60미터에 불과합니다. 기록을 넘긴 그날 퍼서비어런스가 달린 거리는 91.31미터였습니다. 오퍼튜니티의 기록은 2018년 그 임무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거의 15년에 걸쳐 쌓인 기록이 하루치 주행 한 번으로, 그것도 간발의 차이로 조용히 바뀐 셈입니다.

기록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씩의 평범한 주행이 수천 번 쌓인 결과입니다. 퍼서비어런스도 2,006솔 동안 매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그 누적의 끝이 하필이면 60미터 차이의 추월로 나타났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 기록은 속도 자랑이라기보다, 화성에서 보낸 하루하루의 합계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진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오퍼튜니티가 이 거리를 쌓는 데는 거의 15년이 걸렸습니다. 퍼서비어런스는 약 5년 반 만에 따라잡고 넘어섰습니다. 같은 화성, 바퀴 여섯 개를 단 비슷한 몸집의 로버인데 왜 세 배 가까이 빨랐을까요. 바퀴가 더 튼튼해서도, 동력이 더 세서도 아닙니다. 답은 운전 방식에 있었습니다.

옛날 방식부터 보겠습니다.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쓰던 1세대 자동 항법은 전체 주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퍼센트 수준이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의 주행은 지구에 있는 운영팀의 판단으로 이뤄졌습니다. 로버가 멈춰 서서 주변 사진을 보내면, 운영팀이 지형을 확인하고 위험한 바위와 경사를 피해 다음에 나아갈 경로를 정한 뒤, 명령을 만들어 화성을 향해 전송합니다. 로버는 그 명령을 받아 조금 움직이고, 다시 멈춰서 결과를 보고합니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서는 신호가 닿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운영팀의 근무 시간도 지구의 하루를 따라갑니다. 조심스럽고 정확하지만, 하루에 나아갈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퍼서비어런스의 방식은 다릅니다. NASA는 이를 '달리면서 생각하기'라고 부릅니다. 멈춰서 지시를 기다리는 대신, 주행하면서 눈앞의 지형을 계속 찍고 입체적인 위험 지도를 그려 가며 갈 길을 스스로 정한다는 뜻입니다. 퍼서비어런스는 전체 주행의 90퍼센트 이상을 이렇게 스스로 운전하며 달렸습니다. 한 번에 살펴보는 지형 지점의 수가 그 차이를 잘 보여 줍니다. 1997년의 첫 로버 소저너는 한 번에 스무 개 지점을 평가했지만, 퍼서비어런스는 60만 개를 처리합니다. 바위 하나를 피하는 판단에 쓸 수 있는 정보의 양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3만 배의 차이입니다. 지형을 촘촘히 읽을수록 로버는 멈추는 대신 비켜 가는 쪽을 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이 매일 쌓여 주행 거리에서 배의 차이로 벌어집니다.

소프트웨어도 계속 다듬어지고 있습니다. 운영팀의 마크 마이모네는 최신 소프트웨어가 불필요한 조향을 줄여 더 많이 굴러가게 하고, 달리는 동안 궤도에서 찍은 지도와 자기 위치를 계속 대조하게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개선이 쌓인 덕분에 조건이 좋으면 하루 최대 412미터까지 주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가능한 최대치일 뿐, 매일 그만큼 달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록의 비결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멈춰 서서 기다리는 시간을 줄인 데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가져온 변화는 기록 숫자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하루에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은, 한정된 임무 기간 안에 더 다양한 땅에 닿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로버의 본업은 암석을 살펴보고 샘플을 채취하는 일인데, 이동에 시간을 덜 쓸수록 살펴볼 수 있는 암석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속도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탐사의 선택지를 넓히는 수단이었던 셈입니다.

거리의 계보를 거슬러 오르면 로버 30년이 보입니다. 1997년 소저너는 83솔 동안 화성에서 약 100미터를 움직였습니다. 2004년에 나란히 도착한 쌍둥이 로버 스피릿은 7.7킬로미터를 갔고, 오퍼튜니티는 5,111솔을 버티며 45.16킬로미터까지 쌓았습니다. 오퍼튜니티는 2015년에 이미 마라톤 거리를 지구 밖에서 처음 완주한 로버이기도 했습니다. 그 뒤를 잇는 큐리오시티는 지금도 활동하며 38킬로미터를 넘겨 달리고 있습니다.

달에서 세워진 기록도 이미 지나쳤습니다. 아폴로 17호 우주인들이 1972년 달 표면에서 차량으로 달린 거리는 35.7킬로미터, 소련의 무인 로버 루노호트 2호가 1973년에 남긴 기록은 39킬로미터였습니다. 반세기 넘게 가장 먼 '지구 밖 드라이브'로 불리던 이 기록들 위에, 이제는 화성의 로버가 서 있습니다.

그렇다고 퍼서비어런스의 진짜 일이 기록 경신인 것은 아닙니다. 본업은 암석입니다. 지금까지 채취한 샘플은 모두 29개입니다. 분화구 바닥의 암석에서 시작해, 고대 강이 흘러들어 만든 삼각주의 퇴적층, 그리고 약 40억 년 전 충돌로 만들어진 분화구 가장자리의 암석까지 담았습니다. 굴러간 거리가 길어질수록 샘플이 담는 시대와 환경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샘플 하나하나는 서로 다른 장소와 시대에서 온 표본이라, 29개라는 숫자는 곧 스물아홉 곳의 화성 기록이기도 합니다. 일부 샘플에서는 과거 생명 활동의 잠재적 흔적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확인은 샘플을 지구로 가져와 정밀히 살펴봐야 가능한 일이라, 아직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지금 퍼서비어런스는 예제로 분화구 서쪽 가장자리 바깥의 'Lac de Charmes' 지역을 지나 'Idubi'라는 곳을 향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일대는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형 후보로 꼽힙니다. 지구에서는 오랜 침식과 판의 움직임으로 지워져 버린 시대의 암석이, 화성에는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Idubi에서는 고대 열수 시스템, 그러니까 뜨거운 물이 암석 사이를 흐르던 환경의 흔적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정은 아직 이어집니다. NASA는 최근 퍼서비어런스의 첫 번째 임무 연장을 승인했고, 연장된 탐사는 올해 10월에 시작해 대략 2028년 말까지 분화구 가장자리 일대에서 이어질 전망입니다. 프로젝트 매니저 스티븐 리는 이동 시스템이 모두 정상 작동하고 수명 연장 시험 결과도 좋아, 앞으로 수년간 기록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가장자리 탐사가 끝나면 로버는 남쪽의 'Rainbow Falls'로 향할 예정입니다. 폭이 약 100미터에 이르는 고대 지각 블록이 있는 곳으로 전해집니다.

운영팀이 꼽는 다음 과제는 뜻밖에도 햇빛입니다. 내비게이션 카메라가 눈부심에 약해서, 태양을 향해 달려야 할 때는 오후 중반쯤이면 멈춰 서곤 합니다. 해를 등지고만 달릴 수는 없으니, 하루 중 쓸 수 있는 주행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입니다. 마이모네는 이 문제를 넘어서면 다음 로버들은 하루를 더 길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록 경쟁의 다음 전선이 속도계가 아니라 카메라의 눈부심 방지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돌아보면 원래 계획에서 퍼서비어런스가 달릴 거리는 최대 20킬로미터 남짓이었습니다. 이미 그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다만 거리는 어디까지나 보너스입니다. NASA가 이번 기록을 전하면서 함께 짚은 것도 그 점입니다. 스스로 생각하며 달리는 로버가 얻은 진짜 성과는 더 멀리 간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땅에 닿을 수 있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45.22킬로미터라는 숫자는 그 긴 여정의 중간 보고에 가깝습니다. 바퀴 자국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 길어질 것이고, 그 자국이 닿는 땅마다 새로운 샘플과 새로운 질문이 하나씩 더해질 것입니다.

데이터 출처: NASA Science 공식 블로그 'NASA's Perseverance Sets Off-World Record for Total Distance Driven'(2026년 10월 12일 발표). 기록 경신일은 2026년 10월 11일이며, 주행 거리는 행성 표면을 바퀴로 이동한 누적 거리 기준입니다. 하루 412미터는 가능한 최대치로 소개된 수치이고, 임무 연장은 '대략 2028년 말까지'로 안내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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