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1억 번의 핵융합, 전기로는 0.14밀리와트였다


초당 1억 번이라는 발표

지난 9월 28일, 중국 허베이의 에너지 기업 ENN이 작은 발표 하나를 내놓았습니다. 구형 토카막 장치 EXL-50U에서 수소와 붕소의 핵융합 반응을 초당 1억 회 넘게 일으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회사 측은 상업 핵융합 기업이 자체 장치로 수소-붕소 반응을 이 규모로 달성한 것은 처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제 연구기관과 대학 전문가 열 명 이상이 결과를 검토했고, 반응에서 나온 알파 입자를 반복해서 측정한 것이 근거로 제시됐습니다. 다만 이것은 회사 발표와 전문가 검토 단계의 이야기이지, 학술 논문으로 확정된 기록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천천히 풀어 보려 합니다.

이 발표를 읽을 때 함께 기억해 둘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반응이 일어났다는 증거로 제시된 것은 발전량이 아니라 알파 입자의 반복 측정입니다. 수소와 붕소가 만나면 알파 입자가 나오기로 되어 있으니, 그 입자가 방전 때마다 꾸준히 잡혔다는 것은 반응이 우연한 잡음이 아니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번 발표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입니다.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 넣은 에너지와 나온 에너지를 견주면 어느 수준인지 같은 다음 질문은 아직 공개된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문가 검토를 거쳤다는 회사의 설명은 반가운 신호이지만,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과 같은 무게로 읽을 수는 없습니다. 좋은 소식일수록 확인된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나눠 적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글의 나머지 부분도 그 기준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상 몇 개 크기의 장치

EXL-50U는 거대한 장치가 아닙니다. 플라즈마 고리의 중심 반경이 0.6에서 0.8미터 수준이고, 플라즈마 전류는 최대 1메가암페어급, 자기장도 1테슬라 안팎입니다. 프랑스에 짓고 있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의 중심 반경이 6미터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방 하나에 들어갈 만한 소형 장치인 셈입니다. 모양도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토카막보다 공처럼 둥글게 만든 구형 토카막이라, 같은 자기장으로도 플라즈마를 더 단단히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이 이 방식을 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 장치는 2023년 말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2024년 1월에 첫 플라즈마를 만들었습니다. 그 뒤 지난해 4월에는 수소 70퍼센트에 다이보레인 30퍼센트를 섞은 가스를 채우고 붕소 가루를 뿌리면서 1메가암페어 방전을 달성했다는 논문이 나왔습니다. 연료 안에 든 붕소 비율이 10퍼센트를 넘었다는 것도 그 논문이 밝힌 수치입니다. 붕소를 벽에 실시간으로 입히는 실시간 붕소화를 금속 벽을 가진 구형 장치에서 처음 시도했다는 것도 그 논문의 주장입니다. 재미있는 측정값도 하나 있습니다. 다이보레인을 쓴 방전에서는 플라즈마 전류가 오르는 속도가 수소만 쓴 방전보다 78퍼센트 빨라졌다고 합니다. 또 다른 개요 논문에서는 중성빔을 쏘아 안정적인 수소-붕소 플라즈마의 고가둠 모드(H 모드)를 이 장치에서 처음 달성했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이 처음이라는 표현들도 모두 연구팀의 서술입니다. 그래도 9월의 발표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결과가 아니라, 이런 방전이 차곡차곡 쌓인 위에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 하필 가장 어려운 연료인가

지금 세계가 주로 노리는 핵융합 연료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쓰는 방식입니다. 반응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잘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대신 강한 중성자가 쏟아져 나와 장치 벽을 상하게 하고, 벽 자체가 방사성을 띠게 되며,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없어서 장치 안에서 따로 만들어 불려야 합니다. 수소-붕소는 정반대입니다. 평범한 수소와 붕소-11이 만나 알파 입자 세 개와 8.7메가전자볼트의 에너지를 내놓는데, 주된 생성물이 중성자가 아니어서 벽 손상과 방사화가 훨씬 적고, 연료도 흔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정확히 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방사성 부산물이 전혀 없다는 식의 말은 과장입니다. 주된 반응이 중성자를 거의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지, 곁가지 반응까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가는 온도입니다. 필요한 온도가 중수소-삼중수소 방식보다 약 30배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물리는 어렵게, 공학은 쉽게 바꾸는 거래인 셈입니다. 발전소가 된 뒤의 골칫거리를 미리 덜어 내는 대신, 발전소가 되기까지의 물리 난이도를 한껏 끌어올린 선택입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수소-붕소는 가장 어려운 연료로 불려 왔습니다.

두 연료를 나란히 놓으면 거래의 모양이 더 잘 보입니다.

항목중수소와 삼중수소수소와 붕소
필요한 온도상대적으로 낮음약 30배 높음
주된 생성물헬륨과 강한 중성자알파 입자 세 개
벽 손상중성자 때문에 큼훨씬 적음
연료 조달삼중수소를 만들어 불려야 함수소와 붕소가 흔함
지금의 위치대형 실험로가 순에너지에 근접반응 자체를 반복해 보이는 단계

1억이라는 숫자의 실체

여기서 계산을 하나 해 보겠습니다. 반응 한 번에 나오는 에너지는 8.7메가전자볼트, 줄로 바꾸면 약 1.39 곱하기 10의 마이너스 12제곱 줄입니다. 여기에 초당 1억 회를 곱하면 약 0.00014와트, 즉 0.14밀리와트가 됩니다. 휴대전화 충전은커녕 작은 전구 하나도 켤 수 없는 양입니다. 1기가와트급 발전소가 되려면 초당 약 7 곱하기 10의 20제곱 회가 필요하니, 지금과는 약 7조 배 차이가 납니다. 실망스러운 이야기일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번 결과의 의미는 발전량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연료에서도 반응이 실제로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을 상업 회사의 작은 장치로 보였다는 데 있습니다. 이정표와 발전소는 다른 이야기이고, 그 거리를 숫자로 아는 것이 과장에 속지 않는 법입니다.

또 하나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7조 배라는 거리는 단순히 장치를 크게 만든다고 좁혀지지 않습니다. 반응 횟수는 온도와 밀도와 가둠 시간이 함께 좋아질 때 크게 늘어나는데, 그중 하나라도 모자라면 전체가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온도만 올려서는 빛으로 새는 손실이 따라 커지고, 밀도만 올려서는 플라즈마가 불안정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핵융합 연구는 언제나 여러 조건을 동시에 조금씩 끌어올리는 싸움이었고, 이번 결과도 그 싸움의 한 칸을 전진한 것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한 칸의 크기를 정확히 아는 일이, 다음 칸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가늠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진짜 벽은 온도가 아니라 새어 나가는 빛

그렇다면 남은 벽은 무엇일까요. 수소-붕소에서 순에너지를 얻으려면 이온 온도가 100에서 300킬로전자볼트, 우리에게 익숙한 단위로 바꾸면 10억 도를 훌쩍 넘는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모델 계산이 있습니다. 100킬로전자볼트만 해도 약 11억 6천만 켈빈입니다. 밀도는 1세제곱미터당 10의 20제곱 개 단위까지, 가둠 시간은 수십 초까지 함께 갖춰야 하고, 이온이 전자보다 세 배 이상 뜨거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습니다. 전부 아직 달성한 값이 아니라, 연구팀의 로드맵 논문이 계산으로 제시한 조건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플라즈마가 빛을 내며 에너지를 잃는 제동복사라는 현상이 커지는데, 전자와 이온이 똑같이 뜨거우면 이 손실 때문에 핵융합으로 버는 양이 빛으로 새는 양을 넘기 어렵다고 최근의 평가 논문도 지적합니다. 그 평가에 따르면 전자를 이온의 4분의 1 수준으로 차갑게 유지할 때에야 비로소 남는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결국 핵심은 이온만 뜨겁게, 전자는 상대적으로 차갑게 유지하는 일인데, 서로 부딪히며 온도를 나눠 갖는 입자들을 따로 다루는 일이라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ENN이 플라즈마 전체를 무작정 데우는 대신, 중성빔과 고주파를 결합해 반응이 잘 일어나는 에너지 대역의 빠른 양성자를 많이 만들어 붕소와 부딪히게 한 것도 이 벽을 정면이 아니라 옆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로 읽힙니다. 프로젝트 책임자가 플라즈마를 가능한 한 빨리 섭씨 1억 도까지 올리겠다고 말한 것도 아직 목표로서의 발언입니다. 이번에 보인 것은 그 긴 조건 목록의 첫 줄, 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 쪽에 가깝습니다.

다음 장치와 다른 모양의 경쟁자

ENN은 이미 다음 장치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15일 랑팡에서 착공한 Helong-2가 그것으로, 부지는 약 120에이커 규모이고 2027년 6월 말까지 장비를 들일 준비를 마친 뒤 2027년 말 실험을 시작한다는 것이 회사의 일정입니다. 회사가 그려 둔 큰 그림은 세 단계입니다. 올해 EXL-50U에서 수소-붕소 반응을 보이는 것이 첫 단계, 2030년 Helong-2에서 다음 단계를 이루는 것이 두 번째, 그리고 2035년 이전에 값싼 발전과 실증 단계로 가는 것이 세 번째입니다. 전부 회사의 목표이며 독립적인 평가가 아닙니다. 특히 2030년 목표는 이를 첫 발전으로 쓰는 보도와 첫 점화로 쓰는 보도가 엇갈려서, 여기서는 회사 목표라는 말까지만 해 두겠습니다. 같은 연료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노리는 곳도 있습니다. 미국의 TAE는 도넛 모양의 토카막이 아니라, 플라즈마 고리를 스스로 유지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두는데, 지난해에는 플라즈마를 만드는 별도 구간 없이 중성빔만으로 플라즈마를 만들고 유지하는 방식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장치의 크기와 복잡도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수치는 TAE 자체의 추정치입니다. 독일에서는 레이저로 연료를 눌러 점화하는 또 다른 길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모양은 달라도 벽은 같습니다. 7조 배의 거리, 그리고 빛으로 새는 에너지. 수소-붕소 핵융합은 이제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을 보이는 단계를 지나, 그 거리를 어떻게 줄일지 답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1억이라는 숫자를 과장 없이 읽는 법, 그것이 이번 발표를 대하는 가장 정확한 태도일 것입니다.

앞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만날 때는 세 가지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반응 횟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그 반응이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 그리고 넣은 에너지와 나온 에너지를 견준 수치가 공개됐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움직이기 시작할 때, 7조 배라는 거리는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ENN 발표를 전한 Interesting Engineering(2026년 9월), World Nuclear News(2026년 9월 16일), arXiv 2505.08815와 2509.18532, Nuclear Fusion 66(2026) 116009, arXiv 2401.11338, Nature Communications 2023년 및 2025년 논문, Frontiers in Nuclear Engineering 2026년 평가 논문. 회사 목표와 세계 최초 주장은 각 회사와 저자의 주장으로 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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